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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같은듯다른생각-정반합

文 말도 안 먹혔다…진보의 집요한 수능 무력화, 그 수상한 목적

by 풀나무사랑 2022. 5. 4.

文 말도 안 먹혔다…진보의 집요한 수능 무력화, 그 수상한 목적

이현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시 확대 찬반 갈등이 지속됐다. 문 대통령은 정시 확대를 공언했지만 그 약속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픽=김현서 기자

문재인 정부 대입정책의 첫 단추는 김상곤 장관이 들고나온 수능 절대평가 도입이다. 김상곤식 절대평가는 수능점수체계를 과목별 9점 체제로 만드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모든 점수대에서 평균 1만5000명의 동점자가 발생하게 된다. 김 장관의 의도는 이를 통해 대입에서 수능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고,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종합전형을 확대하는 데 있었다.

이러한 수능 절대평가 방침은 즉각적으로 사회적인 비판과 반발에 직면했다. 이것은 부모 찬스, 선발 과정의 불투명성 등으로 국민적 불신이 높은 학종(수시)을 오히려 확대하고, 공정한 대입제도를 요구하는 열망에 대해 정면으로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청와대가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당초 김 장관이 2017년 8월 10일로 예고했던 수능 개편 발표는 결국 1년 뒤로 연기되었고, 문 대통령은 “대입제도의 단순화와 공정성”을 강조하면서 사실상 정시 확대에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김 장관에게 중요한 것은 여론이나 대통령의 의지가 아니라 자신의 이념적 지향성이었다. 그는 학종 중심의 입시 제도 변화를 위한 조직을 만들고 학종 확대의 정당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청와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018년 3월 교육부 차관이 김 장관 의지와 정반대로 주요 대학 총장들에게 정시 확대를 요청했는데, 이게 청와대 의중이라는 해석이 나오자 결국 김 장관은 대입제도 개편을 '대입제도 공론화'로 넘기고 퇴진했다.

공론화의 결과 '정시 45% 이상 확대' 방안이 1순위로 채택됐다. 그러나 학종파가 주도하는 국가교육회의는 "1, 2위간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논리로 공론화 결과를 없던 일로 만들고, 대신 일부 대학에 정시 30% 이상 확대를 권고하는 미봉적 수준의 물타기로 반격했다.

2018년에 열린 대입제도 공론화 회의. 정시 확대 요구가 컸으나 정책으로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중앙포토]

이런 상황에서 2019년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부정 의혹이 터졌다. 조 전 장관의 딸 조민씨가 부모 찬스로 만든 특권적 스펙과 불법 서류 조작으로 고려대에 합격했다는 보도는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급기야 문 대통령은 다시 대입 공정성 확보를 공개적으로 요구했고, 교육부는 13개 대학에 대한 학종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대통령이 통제 못 하는 대통령 사람들 

하지만 교육부는 감사결과 전체자료를 공개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학종의 비교과 항목들에 대해 단계적으로 폐지하되 여전히 학종을 유지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다만 16개 대학에 대해서 정시 40% 확대를 권고한다는 물타기 전략을 또 구사했다. 결국 교육부는 학종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이 심각하게 문제가 될 때마다 마지못해 정시모집의 비율을 찔끔찔금 확대하는 방식으로 미봉적 대처를 한 셈인데, 이것이 여전히 대입 공정성 관련 국민적 불신이 지속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의 문제 중 하나는 대통령이 지명한 대통령의 사람들에 대해서 청와대와 대통령이 통제하지 못한 것이다. 김상곤 장관이나 국가교육회의 인사들은 모두 대통령의 임명한 사람들이지만 이들은 대통령의 의지와 정책 방향보다 그들 자신의 ‘이념적 방향성’이나 ‘이해관계’가 더 우선적인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통령이 “대입제도의 단순성과 공정성”을 공식적으로 여러 차례 제기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계속 밀어붙이거나 물타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어떤 정책이든 그로 인해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처 방안을 충분히 고려한 후에 추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문제의식과 아이디어'가 그럴듯해 보이면, 시뮬레이션도 해 보지 않고 그것을 곧바로 정부 정책으로 제시했다. 앞서 지적했듯이 김상곤식 절대평가에서는 동점자가 평균 1만5000명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 동점자들을 두고 최종적으로 누굴 어떻게 선발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기는 것은 상식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러한 상식적인 질문에 대해서조차 체계적인 대답을 내놓은 적이 없다. 나중에 일부 인사들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를 팔아먹으면서 제비뽑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무능한 청와대 참모들

대통령이나 장관은 대입 제도의 세부 사항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의 반발이 심각하다면 정책 입안자, 그리고 날카로운 질문을 할 수 있는 인사를 모아 치열한 논쟁을 벌이게 해야 한다. 이런 과정만 충실하게 진행해도 허술한 정책을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 그러나 청와대 참모들은 비판 여론이 높다는 걸 확인한 후에도 이를 시정하려는 실제적 노력은 하지 않았고, 비판이 더 심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관료들이 여론을 호도하면서 자신들의 의도를 관철하려 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학종파가 대부분인 교육부 관료들은 조작되거나 일부의 진실만을 보여주는 데이터를 통해 장관 머리 꼭대기 위에서 정책을 좌지우지해왔다. 예를 들면, 이들은 ‘학종(수시)이 수능(정시)보다 읍면 출신이나 저소득층, 또는 일반고 합격자가 더 많다’는 식의 왜곡된 데이터를 장관에게 제공해왔다. 이것은 농어촌특별전형 합격자와 저소득층 합격자를 학종합격자에 포함시켜서 만든 엉터리 자료다. 디테일을 잘 모르는 청와대 참모나 장관이 왜곡을 가려내는 건 매우 어렵다.

삐뚤어진 진영논리

국민 뜻을 거스르며 대입정책이 표류하게 된 배경엔 잘못된 진영논리도 한몫했다. 김상곤 전 장관은 교육계 진보진영의 상징적 인물이었다. 여기에 더해 14개 시도 진보교육감, 그리고 진보 성향의 교원단체, 관련 시민단체 대부분이 수능절대평가와 학종(수시)을 지지한다. 문 정부 입장에서 이들 '우군'과 정면 대립하는 건 정치적으로 피해야 할 선택이었다. 그 결과 문제를 키우지 않는 방향에서만 접근했다.

13개 대학 감사를 거치면서 학종(수시)파들이 그토록 “교육적으로 대단히 의미 있는 요소”라고 주장해왔던 거의 모든 비교과 활동이 폐지됐거나 곧 폐지된다. 이제 정성평가 항목 가운데 남은 건 '세부능력 특기사항(세특)' 뿐이다. 교과 담당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관찰하고 평가한 내용을 주관적으로 서술하는 걸 말한다. 학종(수시)파는 세특을 대입에 반영해야 학교는 정상화하고, 학생은 미래역량을 기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교사의 주관적 서술 평가가 대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 교사들에게 학생을 통제하는 강력한 권력을 부여한다는 의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2019년 조국 사태 직후에 개최된 학종 반대 집회. [뉴스1]

학종(수시)파가 쥔 또 다른 강력한 무기는 고교학점제다. 이들은 "고교학점제는 필연적으로 수능 절대평가와 연계할 수밖에 없고, 수능으로 학생을 선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근거 없는 선동이다. 전 세계 주요 국가 중에서 핀란드 등 일부 국가만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 그러나 핀란드에도 우리 수능과 같은 국가 수준 대입자격고사 시험이 있으며, 성적은 상대평가로 산출하고, 이 성적만으로 대학정원의 50% 이상을 선발한다. 나머지 정원은 대학 본고사로 선발한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이제 대입제도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공부한 내용, 그에 대한 성취수준만으로 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취수준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잣대는 수능과 학교 내신이다. 수능은 모든 학생이 공통으로 공부한 내용을 보편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의미가 있다. 내신성적은 학교 간 학력 격차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지만, 일정한 학업능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성실한 학교생활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뒷받침한다. 특히 일정 비율을 내신으로 선발하는 것은 지역균형에도 크게 기여한다. 전국 어디에나 우수한 내신성적을 성취하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객관식 시험성적으로 선발하는 것이 온당하느냐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것이다. 수능 시험이나 학교 내신 시험이 반드시 객관식 시험일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논리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시험성적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방식의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이라는 주장이 더 이상 용납돼서는 안 된다.

수험생이 온갖 서류 작성에 힘을 쏟거나 교사들의 눈에 잘 보이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학부모들이 여기저기 입시설명회를 찾아다니면서 공부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입시제도는 중단돼야 한다.

 
[사걱세의 별별시각] 대한민국 교육, "뭣이 중헌디?"
[독자 최윤균의 반박불가]생기부는 교사의 제왕적 권력일 뿐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은 진보진영의 학종(수시) 확대를 통한 '수능 무력화'를 비판합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는 "정시와 수시 모두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데 정시 비율을 늘린다고 공정한 결과가 나타나겠느냐"고 질문을 던집니다. 정시 확대가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을 지도하는 멘토링 전문가인 독자 최윤균씨는 학종(수시)의 근간인 생활기록부는 교사의 제왕적 권력 유지 도구일뿐이라고 말합니다. 사걱세와 최윤균씨의 글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이현 우리교육연구소 이사장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단법인

대한민국 교육, “뭣이 중헌디?”

20대 대통령 취임식을 목전에 둔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안녕하지 못하다. 최근 교육 관련 이슈를 보면 정말이지 영화 '곡성'에 나오는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라는 대사가 절로 나온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 중 ‘AI교육’만 반복했고, 당선 후 인수위원회는 과학기술인재 양성만 외친다.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일성으로 자사고 유지와 대입 정시 확대를 내놓았다. 대한민국 교육이 직면한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니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초저출산과 슈퍼불평등 국가라는 오명을 떠안고 출발한다. 교육은 어떠한가. 2021년 출생아 수는 26만명으로 100만명이 넘었던 산업화 시대의 4분의 1이 되었다. 그런데 교육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와 똑같이 지식암기식 문제풀이와 과도한 성적 줄세우기로 소수를 선발하고 다수의 아이들을 탈락의 자리로 내몰고 있다. 새 정부는 당연히 경쟁교육의 고통을 해소하면서 금쪽같은 아이 한 명 한 명의 재능과 소질을 키워주는 맞춤형 교육으로 가는 설계도와 시공능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상대평가로 대변되는 줄세우기 교육, 고교와 대입에 종속돼 개인의 성취보다 입시 변별력만 강조해온 교육의 변화가 시급하다. 그런데 당선인의 교육정책은 정반대다. 초·중·고에서 ‘성적 줄세우기 교육’으로 비판받았던 학력 수준 전수조사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초·중학생까지 입시경쟁으로 내몰았던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에 반대 입장을 냈다. 성장 중심의 평가방식인 고교내신 절대평가 전환에도 반대한다.

이러니 학교책임교육 강화를 통한 공교육 만족도 끌어올리기라는 국민의 바람은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 ‘AI교육’만 되풀이하면서 책임교육에 필요한 개인별 맞춤형 지원, 학급당 인원수 적정화 및 과밀학급 문제 해결, 교원의 전문성 신장 등의 정책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입 경쟁은 더 심해질 거로 보인다. 대입경쟁의 근본 원인은 대학서열에 따른 임금격차에 있다. 그런데 윤 당선인은 대학서열을 문제로 여기지 않는 것 같다. 대선 기간 중 "대학서열은 강요가 아닌 우리 사회문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문제의식이 결여된 답변을 내놓았을 뿐 아니라 관련 정책도 없기 때문이다. 공정성 강화를 외치며 내놓은 대입 정시 확대도 잘못된 해법이다. 정시와 수시 모두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데 정시 비율을 늘린다고 공정한 결과가 나타나겠는가.

그렇다면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경쟁교육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얼 해야할까. 우선 학교책임교육 강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한 아이도 소외시켜서는 안 되는 초저출산 시대에 학교교육의 책임은 너무나 중요하다. 배움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고 국민의 만족할 수 있도록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는 방안을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다음으로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정책이 있어야 한다. 대학생 10명 중 8명이 고교 시절을 ‘사활을 건 전쟁터’로 인식할 정도로 학벌을 얻기 위한 경쟁은 과도하다. 이로 인한 학습경쟁 고통이 ‘우울?자해?자살’의 청소년을 양산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입시경쟁 완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미래지향적이면서도 정의로운 대입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그간 과도한 경쟁교육의 주요 원인이었던 고교서열화 해소 정책은 새 정부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되어야 한다.

대학입시도 정시 확대가 아닌 공정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수시와 정시 모두 고소득층과 기득권층에게 유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는 교육불평등의 원인을 정밀 진단하고 이를 통해 정책을 설계하고 목표 달성치 보고를 의무화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새 정부는 “교육, 뭣이 중헌디?”라는 국민의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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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균독자(멘토링 전문가)

생기부는 공교육 정상화 빙자한 교사의 제왕적 권력일 뿐

고등학생들은 선생님이 주는 벌점과 상점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다. 또 선생님이 생활기록부에 쓰는 부정적 평가에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입(수시)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선생님 눈치 보는 방법부터 배우고, 벌점 안 받으려고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침묵하는 학습을 한다. 과장이 아니다. 멘토링을 해줬던 한 아이가 프린트물로만 수업하는 선생님한테 "교과서는 언제 배워요?"라고 물었다가 학기 내내 찬밥 취급받았다고 전해 들었을 때 참 마음이 아팠다. 이 친구 생기부에 다른 친구만큼 좋은 평가가 있을 리 없다. 현실이 이러니 아이들은 선생님 비위 맞추는 걸 제일 먼저 배운다. 어쩌다 학교가 대입을 위한 교사 눈치 보기를 배우는 곳이 되어 버렸을까? 이것이 진정 공교육 정상화일까?

교사 눈 밖에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등학생이라면 꼭 거쳐야 할 불필요한 절차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수시를 위한 자기소개서(자소서)다. 2년 전 한 아이가 고민을 털어놨다. 적당히 2등급도 있고 4등급도 있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나름 열심히 학교생활을 한 친구였는데, 막상 자소서를 쓰려고 하니 "막막하다"는 거다. 성적이 오른 내용을 중심으로 6장의 수시 원서에 맞게 각각 다른 6장의 자소서를 쓰고 나더니, "쌤, 이러다 저 작가 되겠어요"라고 했다.

대학진학을 앞둔 아이들에게 우리는 뭘 요구하는 걸까? 평범하지만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한 아이의 생기부는 과연 대학 합격의 길을 열어줄까? 아마 쉽지 않을 거다. 문득 화학만 1등급이고 나머지 전 과목에선 9등급을 받은 학생이 학종(수시)으로 인서울 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화학도 다른 과목만큼이나 고르게 잘한 평균 2등급 학생보다 대체 이 학생이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차별점이 뭔지 난 아직도 알 수가 없다.

이런 현실이니 주요 인서울 대학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학종(수시)을 위해 학생보다 학부모가 더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사교육 모임까지 만들며 준비한다.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사건은 이런 부모 찬스 문제를 선명하게 보여줬다. 이를 계기로 학종의 불공정 이슈가 부상하면서 정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시 45%라는 결론을 냈으나, 결국 정시 30% 선에서 흐지부지됐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교사 집단의 이익 추구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교사들은 수시 확대의 이유로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운다. 하지만 생기부를 통해 아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영향력을 절대 내놓고 싶지 않기에 줄곧 생기부를 기반으로 한 학종을 고집한다. 조 전 장관의 경우처럼 부모 찬스를 활용할 수 있는 입장에서도 그런 기회가 없어지는 걸 좋아할 리가 없다.

한국에서 대입은 단순한 시험이 아니다. 지난 정권의 탄핵은 대통령 측근의 딸 대입에서 시작됐다. 또 이번 문재인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된 것 역시 대통령 측근인 조 전 장관 자녀 입시부정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 국민은 다른 어떤 문제보다 교육 관련 부정에 민감하고, 봐주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객관적으로 입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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