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임기 늘려야”… ‘정약용 인사론’ 배경은[Monday DBR/김준태] (donga.com)
그런데 순환 보직 기간이 짧고 전보가 빈번히 이뤄지면 행정의 일관성과 계속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있다. 업무 전문성과 능률성도 낮아진다. “담당 공무원이 3년 사이 5번이나 바뀌어 그때마다 원점에서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어느 기업인의 하소연이 대표적이다.
이런 고민은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1790년 정조는 고대 동아시아의 전설적인 성군 순(舜) 임금의 신하들을 거론하며 “이들은 하나같이 역사상 최고의 신하로 꼽히는데 이는 이들이 다른 업무도 잘할 능력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잘할 수 있는 임무를 맡기는 순 임금의 인사가 성공했으며 맡은 분야의 전문성이 강점이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조선은 신하들의 전문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정조의 판단이다. 정조는 한탄하며 대책을 물었다.
그렇다고 한 사람을 무조건 한자리에 오래 두자는 것은 아니다. 정약용 또한 하급 관리가 다양한 업무를 경험해 시야를 넓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지금도 한 기업의 직원이 임원이 되고 최고경영자(CEO)가 되려면 기획, 마케팅, 영업, 생산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야 하듯 관리자가 되려면 어느 한 분야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약용은 일반 관리 대신 순환 근무의 필요성이 적은 ‘문무반의 관장(官長·장관)을 구임(久任)시키자’고 주장했다. 요즘으로 말하면 일반 공무원은 순환 보직을 시키고(물론 자주 전보하는 것은 지양하고) 그 대신에 각 부 장관의 임기를 길게 하자는 것이다. 해당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자 오랜 경험을 가진 장관의 임기가 늘어난다면 자연히 업무 전문성과 행정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장관이 부처의 인사를 능동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면 순환 보직에 따른 공백에 충분히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약용은 감사와 수령 중에도 명성과 치적이 있는 사람의 임기를 늘리고,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직무는 전임(專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그렇게 하면 오래도록 승진하지 못하는 사람은 불만이 있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관직과 품계를 분리해 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예컨대 임진왜란 시절 이순신 장군의 관직인 전라좌도 수군절도사는 정3품, 삼도수군통제사는 종2품이다. 그런데 이순신 장군이 공을 세우면서 정2품 품계의 하계인 자헌대부, 정2품 품계의 상계인 정헌대부가 차례로 내려졌다. 즉, 관직의 임기를 늘리더라도 품계를 높여주면 불만을 해소할 수 있다.
이 글은 DBR(동아비즈니스리뷰) 346호(2022년 6월 1호) ‘왕이 묻고 신하가 답하다 “순환 근무 필요성 적은 官長은 임기를 길게”’를 요약한 것입니다.
김준태 성균관대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
정리=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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