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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같은듯다른생각-정반합

학력을 보는 시각

by 풀나무사랑 2021. 6. 17.

[오늘과 내일/이진영]최다 ‘수포자’ 양산한 文정부

이진영 논설위원 입력 2021-06-17 03:00수정 2021-06-17 03:00

 

‘흙수저’ 10명 중 3명이 최하등급 학력
경쟁의 출발선에도 못 서게 방치하나

이진영 논설위원

문재인 정부 최악의 정책으로 부동산이 꼽히지만 교육정책도 못지않다. 지난 4년간 집값만 급등한 게 아니라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도 다락같이 올랐다. 중학생이 구구단을 못 외우고, 영어로 자기 이름 소개도 못 하는 수준이다. 내버려두면 다양한 삶의 기회를 누리지 못하게 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정부는 코로나19 탓을 하고 싶겠지만 기초학력 붕괴는 코로나 이전부터 시작됐다.

최근 20년간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보면 중3 수포자(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은 노무현 정부 중반 급증하기 시작해 2008년엔 12.9%에 이른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3.5%(2012년)까지 줄였고, 박근혜 정부와 문 정부 정권 교체기인 2017년(9.9%) 증가세로 돌아서 지난해 13.4%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고2 수포자도 비슷한 그래프를 그리며 지난해 13.5%가 됐다. 국어와 영어도 비슷한 패턴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초학력이 향상된 건 전국적으로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학교별 성적을 공개하고, 성적이 나쁜 학교엔 예산을 대폭 지원해 보충학습을 시켰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4년 진보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된 후로는 창의 교육을 명분으로 성적 공개도, 학력 부진 학교 지원도 흐지부지됐다. 초등학교 학업성취도 평가는 폐지됐고,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초1부터 중1까지는 아예 시험이 사라졌다. 현 정부는 중고교마저 표집평가로 전환해 기초학력 붕괴 실상에 눈감은 상태다.

공교육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성적은 학생 개인의 ‘수저 색깔’이 좌우하게 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의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3년마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실시해 부모의 학력과 소득수준 등에 따른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한국의 가정 배경 상위 10%인 학생의 읽기 과목 최하등급 비율은 2000년 2.1%에서 2018년 6.3%로 한 자릿수를 유지한 반면, 하위 10% 학생은 16.3%에서 29.3%로 급증했다. 10명 중 3명꼴이다. PISA의 읽기 과목 성적은 학생의 최종 학력보다 장래 소득을 더 정확히 예측하는 지표로 꼽힌다.

계층별 학력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는 계층별 사교육비 격차가 커지는 추세와 일치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9년 소득 상위 10%의 학생 1인당 월 사교육비는 63만 원, 하위 10%는 9만 원이다. 자유학기제 시행 후 월 소득 600만 원 이상인 집은 학원비 지출을 늘리고, 나머지 가구는 줄였다는 조사도 있다. 고소득 가정에선 ‘내신 신경 안 쓰고 선행 진도 빼서 좋다’며 시험이 없는 자유학기제를 반긴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부러워한 적이 있지만 미국은 ‘낙오자 방지 정책’으로 한국과의 학력 격차를 좁히고 있다. 일본도 2009년 ‘유토리(여유) 교육’을 폐기하고 학습량을 늘린 데 힘입어 2015년부터 한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한국 초중고교 교사들은 우수한 인재들로 15년 차 교사의 급여와 학생 1인당 공교육비 모두 OECD 평균보다 높다. 그런데 왜 우리 아이들만 뒷걸음질치도록 내버려 두는가.

곧 여름방학이다. 방학이 끝난 후 교실 풍경은 수저 색깔에 따라 나뉜다고 한다. 있는 집 아이들은 키도 크고 성적도 올라서 오는데, 가난한 집 아이들은 얼굴도 까칠해지고 그나마 배운 것도 까먹는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교육정책의 대가를 왜 없는 집 아이들이 치러야 하나. 공정한 경쟁의 출발선에서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위해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여름방학 학습지원 대책부터 내놔야 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수포자 만드는 어려운 문제 2018년부터 못낸다

김희균기자 입력 2015-09-01 03:00수정 2015-09-01 03:00

 

교육부, 교육과정 개편 공청회2018학년도부터 초중고교에서 배우는 영어와 수학의 학습 분량이 줄어들고, 학생들이 특히 어려워하는 수학 개념은 상급 학년으로 옮아가거나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초등학교 1, 2학년은 2017학년도부터 한글 교육이 강화된다. 교육부는 31일 국어 수학 영어 과학 정보 등 과목별로 ‘2015 교육과정 개정안’을 만들기 위한 2차 공청회를 열었다.

가장 변화가 큰 과목은 수학이다.

우리나라 수학 교과 내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많아 이른바 ‘수포자(수학 포기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에 따라 학습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날 공청회에서 제시된 개정안은 초등학교의 경우 ‘자연수의 혼합계산’은 3, 4학년군에서 5, 6학년군으로 바꾸고, ‘정비례와 반비례’는 중학교로 넘기기로 했다. 중학교는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의 활용’을 없애고, 연립일차부등식과 이차함수는 고등학교로 옮긴다. 고등학교 공통수학에서는 ‘부등식의 영역’, ‘미지수가 3개인 연립일차방정식’, 확률과 통계에서는 분할과 모비율, 기하에서는 공간벡터 등 시험에서 고난도 문항이 주로 출제됐던 부분이 빠진다. 선택과목으로는 실용수학, 경제수학, 수학과제 탐구 등이 신설된다. 교육부는 이를 통해 학생들이 알아야 할 수학의 핵심 개념이 지금보다 19.6% 정도 줄어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육 관련 단체에서는 실질적으로 줄어드는 학습량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초중고교의 개정 수학 교육과정을 분석한 결과 수학 학습량의 실제 경감률은 8.7% 정도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고교 일반 선택과목 중 심화미적분은 이공계 대학 1학년이 배우는 수준과 같을 정도로 여전히 어렵다”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수학 시험에 너무 어려운 내용을 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평가 유의사항’도 신설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중학교 수학 ‘경우의 수’ 부분에서 ‘2개의 경우의 수를 합하거나 곱하는 정도만 평가하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영어는 초중고교 모두 전반적으로 어휘를 비롯한 학습 분량을 줄일 예정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말하기와 듣기, 고등학교는 읽기와 쓰기 위주로 교육 과정을 재편하기로 했다.

국어는 초등학교의 변화가 크다. 취학 전부터 한글 선행학습이 성행하다 보니 초등학교에서 한글을 충실히 가르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1, 2학년의 한글교육 시간을 현행 27시간에서 45시간 이상으로 늘리기로 했다. 초등 5, 6학년과 중학교 국어에는 연극 단원을 새로 만들어 체험 위주의 수업을 늘리기로 했다.

교육부는 4일까지 사회, 역사 등 다른 교과목에 대한 공청회를 계속 진행한 뒤 공청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토대로 교육과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9월 말 새로운 교육과정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새 교육과정은 초중고교에서 2018년부터(초등 1, 2학년은 2017년부터) 적용된다.

교육부는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수학과 영어 학습량이 20%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번 교육과정 개정안에 반대하는 교육단체와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교육과정 개편안이 졸속으로 처리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15개 교육단체는 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과 ‘2015 개정 교육과정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 단체는 교육부가 초등학교에서 한자병기 정책과 소프트웨어 필수화 등을 추진하면서 수업 시수와 학습 부담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문이과 통합을 위한 고교 교육과정 개편 역시 단순히 기존 교과목들을 병렬식으로 합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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