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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 배우더니 상황별 응용까지 척척… AI, 더 사람 같아졌다

by 풀나무사랑 2023. 10. 27.

개념 배우더니 상황별 응용까지 척척… AI, 더 사람 같아졌다

입력2023.10.27. 오전 3:02
미국 연구팀 ‘네이처’ 발표
인간 고유의 사고회로인 ‘체계적 일반화’를 구현한 인공지능(AI)을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사진은 인간과 같이 생각하는 AI를 표현한 그래픽. 게티이미지코리아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25일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의 위험을 기후변화와 같은 글로벌 문제만큼이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생화학무기 생성을 돕는 등 인간 능력을 상회하는 초지능 기술이 다양한 측면에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AI 기술은 최근 몇 년간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미국 변호사시험을 통과하고 의사보다 빠르게 병변을 찾아냈다. 다년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능력을 과시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는 시대가 조만간 도래할 것으로 여겨졌지만 주어진 환경을 응용하는 ‘체계적 일반화’에서 인간을 능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체계적 일반화는 인간이 새로운 개념을 학습할 때 기존 개념과 결합해 사고하는 것을 말한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필수적인 사고능력이다. AI가 여기에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 ‘메타학습법’으로 학습 알고리즘 실시간 개선

이 같은 학계 예측을 뛰어넘은 AI 기술이 등장했다.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능력에 또 한 걸음 다가선 것이다. 브렌든 레이크 미국 뉴욕대 교수 연구팀은 인간과 유사한 사고능력을 가진 AI 모델을 26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네이처는 “AI에서 체계적 일반화를 구현할 수 없다는 35년간의 통념에 도전하는 연구 결과”라며 “인간과 더 가까운 AI를 개발할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체계적 일반화는 인간과 AI의 사고능력을 구별하는 주된 능력 중 하나로, ‘응용력’을 뜻한다. 예를 들어 인간은 ‘멀리 뛰는 법’을 배우고 나면 이를 ‘뒤로 뛰기’나 ‘장애물 뛰어넘기’ 같은 유사 동작을 이해하고 다른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AI와 같은 인공신경망이 학습 과정에서 이러한 응용력을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인간의 사고능력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방대한 자료를 학습하기에도 빠듯한 AI가 축적된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실이나 판단을 이끌어내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AI가 제한된 용량으로도 응용력을 습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메타학습법’을 AI 모델에 구현했다. AI 학습법 중 하나인 메타학습법은 문제 해결 과정에서 끊임없이 알고리즘을 개선한다. 기존 AI 학습법이 데이터를 학습하고 해결법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고정된 알고리즘을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연구자들은 기존 학습법과 메타학습법을 각각 ‘정적인 방식’과 ‘동적인 방식’으로 불렀다.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개선되면 AI는 더 최적화된 학습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효율적으로 학습이 이뤄져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병목 현상도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AI가 자료를 처리하는 데 응용력을 발휘할 여력이 생긴다.

● 인간처럼 사고하는 AI 모델

연구팀이 개발한 AI 모델은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인간처럼 사고했다. ‘살금살금 걷는다’라는 개념을 학습시킨 뒤 넘어지기 쉬운 원뿔 모양의 장애물 주변을 지나가는 상황을 제시하자 ‘살금살금 걸어 장애물을 피한다’는 해결 방식을 도출해냈다. 학습한 행위를 다양한 상황에 응용한 것이다. 또 가상의 영어 단어들을 제시하고 이 단어들의 문법적 성격을 추론하라는 과제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정답을 제출했다. AI는 가상의 단어가 가진 철자를 바탕으로 해당 단어를 명사, 형용사, 동사 등으로 분류했다. 기존에 학습한 영어 문법을 응용해 단어의 문법적 역할을 추측해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연구팀은 “메타학습법을 사용해 개발된 이번 AI 모델은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체계적인 일반화 사고능력을 보였으며 오류가 발생하는 과정에서도 인간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간이 유아기부터의 경험을 통해 새로운 개념을 배우는 기술을 연마하는 것과 달리 AI는 단번에 성인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추게 됐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향후 실제 인간이 사고능력을 습득하는 과정까지 따르는 AI 모델 개발 계획을 제시했다. 완성된 성인의 사고능력 모델을 구현하지 않고 학습 과정부터 인간과 똑같은 방식으로 훈련한 AI가 얼마나 인간을 닮을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연구팀은 “인간의 마음을 갖고 행동하는 AI가 등장할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을 기대한다”고 했다.

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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